곱셈의 희망을 만들어 낸 작은 영웅들_서해안 유류피해 극복 자원봉사 이야기 展은 2007년 12월 7일 서해안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 당시 유류 피해 극복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힘을 기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전시 콘텐츠는 당시 유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국방방곡곡에서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아카이브(archive) 방식으로 구현하였다.

검은 눈물

2007년 12월 7일 새벽, 태안군 만리포 부근에 정박중이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에서 원유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풍랑주의보가 있던 바다를 표류하던 삼성 크레인과 유조선이 부딪혀 원유 탱크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유출 된 기름은 만리포, 천리포, 모항 등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고, 갯벌은 물론 각종 수산자원과 양식장이 모두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다.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유는 약 1만톤,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였다. 청정바다로 사랑받던 태안바다는 하루아침에 검은 눈물을 흘리는 재앙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두손의 기적

오염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태안을 포함한 6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고 군경과 민관의 합동 방제작업이 시작됐지만 역부족이었다. 방제작업에는 사람들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했다. 자갈과 암석에 붙은 기름을 일일이 손으로 닦는 것 외엔 다른 대안이 없던 것이다. 오염사고 소식을 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태안을 찾는 자원봉사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 연간 100만 명을 돌파했고, 곧 이들의 두 손이 힘을 발휘했다. 1995년 씨프린스 호 기름유출 사고에서 5개월 간 회수했던 폐유량이 태안현장에서는 단 한 주 만에 회수됐고 사고발생 10일 만에 유출된 원유의 30%가 회수되었다. 그렇게 검은 바다는 두 손의 기적이 나타나는 희망의 성지로 바뀌어 갔다.

작은 영웅들

옆집 대학생, 윗집의 젊은 부부, 아랫집 아저씨와 슈퍼 아주머니. 태안바다를 메운 13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이처럼 평범한 소시민들이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 학교 단위로 모여 찾아온 학생들, 그리고 외국인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이어졌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다만 기름제거 작업에만 쓰인 것은 아니었다.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자원봉사의 저변을 확장시키고 서로에게 힘을 보탰다. 전국의 의료기관에 급파 된 의료봉사자들이 의료처치를 도맡았고 급식대를 설치해 매 끼니마다 식사를 준비하는 손길도 있었다. 태안의 부활 그 배경에는 대한민국 소시민, 이 작은 영웅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곱셈의 희망

2008년 7월 12일, 국제수영대회가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성황리에 막을 열었다. 최악의 해상 원유 유출사고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국가적 재난을 유례없는 짧은 기간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곱셈의 희망’을 보여준 13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원봉사자의 손길은 덧셈을 넘어 곱셈의 방식으로 희망을 불려나갔다. 이들의 두 손은 바다를 살려낸 것에 더해 실의에 빠진 어민의 힘이 되었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되살렸으며, 성숙한 시민의식의 장을 만들었다. 자원봉사 한 명, 한 명의 손길이 곧 대한민국 저력의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검은 눈물을 걷고 다시금 푸르러진 태안바다는 자원봉사, 그 곱셈의 희망이 세상을 밝혔던 기적의 현장이자 자원봉사의 가치와 의미를 언제고 되살리게 하는 불꽃으로 남아있다.

"주먹만 한 몽돌 닦는 데는 사람 손길만한 게 없어요."

겨울방학을 이용해 참여한 20대 대학생

"엄마, 꽃게가 아프대요."

엄마 손 잡고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어린이

"기름을 퍼내고 퍼내도 끝이 없으니 내가 다 눈물이 나더군요"

100일 넘게 장기봉사했던 70대 어르신

"따뜻한 국에 밥 한술 그게 힘이지 뭐겠어요."

밥차를 운영한 40대 아주머니

"제 평생 최고로 많이 받아봤고, 최고로 많이 나눠줬어요."

태안의 한 교회 담임목사

"태안은 정, 사랑, 감동의 현장이었지요."

방글라데시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에요."

의료봉사활동 하러 온 30대 의료진